러시아의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연기가 시작되자 국내 방송사 3곳에서 해설 중인 한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들이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 15일 발리예바는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5조 2번째, 전체 26번째 선수로 출전했다.
최근 발리예바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선수로 단체전 금메달 이후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경기를 현장에서 해설한 곽민정 KBS 해설위원과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날 때까지 어떤 중계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러곤 발라예바의 경기가 끝나자 발라예바를 맹비난했다.
KBS 곽민정 해설위원은 경기 후 "별로 하고 싶은 말이 딱히 없어 중계를 안 하고 싶었다. (발리예바의) 출전 여부를 내가 결정할 순 없지만 솔직히 좋은 시선이 안 가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이호정 해설위원도 "금지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를 한 선수에게는 어떤 멘트도 할 수 없었다. 저런 선수가 경기에 나서면 다른 선수들이 그동안 노력한 게 뭐가 되겠나"라며 비판했다.
이날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4.51점과 예술점수(PCS) 37.65점으로 총점 82.16점을 기록, 1위에 올랐다.
하지만 IOC에 따르면 발리예바가 여자 피겨에서 메달을 딴다고 해도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은 물론 메달을 주는 공식 시상식도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한편 우리만 그런게 아니다.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도 '도핑 논란'에도 대회 참가가 결정된 발리예바의 연기를 해설하지 않았다.
NBC는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생중계했다.
이날 NBC에서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타라 리핀스키와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동메달리스트 조니 위어가 해설을 맡았는데, 둘 모두 발리예바가 연기하는 동안 별다른 멘트없이 침묵을 지켰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이를 두고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 문제를 바라본 위어와 리핀스키의 조용한 분노'라고 표현했다.
위어는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난 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이 카밀라 발리예바의 쇼트프로그램이라는 것 뿐"이라며 연기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리핀스키는 "발리예바는 도핑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만약 그녀가 메달을 따면 시상식이 열리지 않을 뿐더러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다른 선수들의 인생과 올림픽 경험에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 속에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른 발리예바는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