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배달료 인상이다. 정부가 배달료를 관리하겠다고 공시제를 도입했으나 실효성이 없다. 배달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와 배달산업 특성까지 겹치니 소상공인·자영업자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배달료가 계속 오르는 구조적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다각도로 입안·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은 최근 새 요금제를 도입하며 사실상 배달료를 인상했다. 1000원 정액제로 고정했던 단건 배달의 중개수수료를 음식값에 비례해 받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테면 △중개 이용료 6.8%, 배달비 6000원(기본형) △중개 이용료 15%, 주문 금액별 배달비 900~2900원(배달비 절약형) △중개 이용료·배달비 통합 27%(통합형) 등 3가지 요금 체계로 구성됐다.
같은 거리의 배달인데 음식값이 높으면 배달료는 더 올라간다. 배달 난도가 같은데도 음식값에 따라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출혈 경쟁손실을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호소한다. 갑인 배달 플랫폼의 꼼수 인상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배달료를 관리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공시제를 들고 나왔지만 효과가 아예 없다. 공시가 한달을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격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배보다 커져버린 배꼽 즉 배달료를 낮추는 방안도 아니다.
이 때문에 배달료가 계속 치솟는 원인을 구조적으로 이해해 각 부문별로 맞춤형 제도를 입안하고 이를 동시에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료가 치솟은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 수요는 늘어난 데 반해 라이더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배달산업이 성장 중이고 자연스럽게 라이더가 늘어나면 배달료가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라이더 업무는 초기 투자비용 대비 리스크가 높다. 차량이나 이륜차를 마련해야 하고 사고발생이 많다보니 보험료가 비싸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가게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음식을 전달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배달 플랫폼과 배달대행 업체가 생겼고 단순했던 배달과정이 복잡해졌다. 배달업 종사자 역시 과거 영업점에 고용됐던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기업이나 영업점도 사고위험을 짊어지고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나온 게 배달대행업체다. 배달대행업체들이 라이더를 고용해 관리하는데 보험 가입 등에서 한계를 보인다. 일부 라이더는 보험가입이나 세금신고 등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를 강요하다가는 경쟁 배달대행업체에 인력을 뺏길 수 있다 보니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가 맞물려 리스크 비용이 증가했고 결국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힘의 우위에 있는 플랫폼들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자 과열 경쟁을 불사한 것도 배달료 인상을 부추겼다. 플랫폼들은 더 신속한 배송을 무기로 경쟁업체 점유율을 뺏는 전략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라이더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니 배달료가 올랐다. 경쟁이 과열되면 제품값이 내리는 일반적인 시장과 반대다. 경쟁에 따른 손실은 중개수수료를 음식값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보전했다.
한번에 여러 물품을 배달하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라이더 입장에서도 단건 배달료가 올랐다고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 배달료 인상에도 자영업자와 라이더 등 관련 종사자들이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다.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비교해 갑의 자리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건전한 배달산업 육성을 위해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 관계자는 "배달료 공시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며 "배달 유통고리마다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명확히 파악해 정책을 입안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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