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35)와 키움 히어로즈 간 계약에 대한 승인을 불허하면서 강정호가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KBO는 29일 "강정호의 임의해지 복귀를 허가하되, KBO 규약 제44조 제4항에 의거해 키움과 강정호 간 체결한 선수계약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강정호가 앞서 일으킨 음주운전 이력 때문이다.
2006년 키움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승승장구를 달리며 국내 무대를 평정한 강정호는 2014시즌 후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 전에 2차례(2009, 2011년) 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삼진아웃제가 적용된 결과였다.
이로 인해 강정호는 미국 취업비자를 받는 데 문제가 생겨 결국 2017시즌에는 MLB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음주운전 전까지 그에게 응원을 보내던 국내 여론도 싸늘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8시즌 막바지 빅리그에 복귀했고 2019년도 피츠버그 소속을 유지했지만 65경기에서 타율 0.169로 부진했다. 결국 그해 8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됐다.
이후 강정호는 해외 다른 구단과 계약을 추진했지만 새 팀을 구하지 못했다. 결국 2020년 4월 KBO리그 복귀를 타진했고, 당시 KBO는 강정호에게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부과했다.
예상보다 낮은 징계 수위에 비난 여론이 거셌고, 강정호는 이내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뒤 강정호의 국내 보류권을 갖고 있던 키움이 수면 아래서 강정호의 영입을 추진했고 결국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키움의 고형욱 단장은 "강정호가 잘못을 했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 야구 선배로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론이 좋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하자 "이미 계약이 끝난 상황이라 무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 KBO가 강정호에 대한 선수 등록을 허용할 경우 강정호는 1년 유기실격 징계를 마친 내년부터 KBO리그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KBO가 키움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제동을 걸며 앞으로도 강정호와의 계약을 불허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강정호의 국내 무대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KBO의 이같은 결정은 사실상 강정호의 선수 생활 지속 불가를 의미한다. 보류권을 갖고 있는 키움이 다른 구단에 강정호를 양도할 수 있지만,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강정호를 품을 구단은 현실적으로 없다.
이미 한국 나이로 36세에 접어든 데다가 2019년 이후 3년 가까이 실전 경험이 없는 강정호가 이제 와서 해외 구단의 손길을 기다리기도 어렵다.
한때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MLB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강정호는 자신이 쌓은 부와 명예를 지키지 못한 채 무려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내리막을 타다 결국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