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꾸준히 비판해 온 러시아 여성밴드의 로커가 음식 배달원으로 위장하고 무사히 외국으로 빠져나왔다.
지난 1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아 5인 여성 록밴드 '푸시 라이엇'의 리더 마리아 알료히나(33)는 최근 가택연금 상태였지만 감시원의 눈을 피해 리투아니아로 탈출했다.
푸시 라이엇은 반 푸틴 운동을 펼쳐온 그룹으로, 지난 10년간 러시아 권력층의 골칫거리였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에 반대하기 위해 크렘린 인근 러시아 정교회 성당 안에서 무허가로 시위에 가까운 공연을 진행했었다.
이에 알료히나를 비롯해 멤버 3명은 종교시설에서 난동을 피웠다는 이유로 기소돼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멤버들은 감형 혹은 사면 등의 방식으로 풀려났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범죄와 처벌을 비판하는 독립언론 '미디어조나'를 설립하고, 회고록 집필과 해외 공연을 통해 러시아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에 알료히나는 15일 단기형을 6번이나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알료히나가 뜻을 굽히지 않자 당국은 그를 모스크바가 아닌 유형지로 보낼 계획을 세웠고, 결국 알료히나는 국외 탈출을 결심했다.
알료히나는 감시원을 속이기 위해 음식 배달원 복장으로 위장했고, 휴대전화는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미끼로 아파트에 두고 나왔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는 벨라루스 국경을 지나 리투아니아에 도착했다.
지금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한 원룸에 머무는 그는 반 푸틴 인사들의 비참한 생활을 알리기 위해 외신과의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알료히나는 "러시아는 더 이상 존재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언젠가는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지만, 자유를 느낀다면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라고 밝혔다.
[사진] 뉴욕타임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