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국 탓이다.
미국과 중국이 UN에서 계속 충돌하고 있다. 북한 때문이다. 최근 UN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이 제재안이 부결되더니 이번에는 UN총회 회의장에서도 논쟁을 벌였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앞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추가 제재안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 제재안은 북한에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을 기존보다 25% 삭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상정된 제재안은 표결에 들어갔다.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포함해 모두 13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문제는 통과에 필요한 찬성표 9표를 넘겼지만 부결됐다는 점이다. 또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찬성표가 정해진 숫자를 넘겨도 상임이사국이 모두 찬성하지 않는다면 해당 안건은 부결된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로 인해 부결된 것.
미국은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놀랍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측은 "북미 대화의 결과로 북한이 취한 긍정적이고 선제적 조치에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 것이 지금과 같은 정세로 이어졌다"라면서 "안보리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8일 열린 UN총회에서도 북한 제재는 화두였다. 이 자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 중국은 또다시 미국 탓에 들어갔다. 장쥔 주UN 중국대사는 "현 한반도 정세는 미국이 정책을 뒤집고 이전 대화의 결과를 지지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장쥔 대사는 "전제 조건 없는 대화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취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특정 분야의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연합 군사훈련을 종료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책임을 떠넘긴 것.
특히 장쥔 대사는 "제재는 수단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 제재는 옳지도 않고 인도적이지도 않으며 북한 주민의 고통만 가중시킨다"라고 자신들이 대북 제재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다.
그러자 미국도 즉각 반박했다. 미국 관계자는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북한 고위급 인사에게 보내는 친서를 포함해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해 왔다"라면서 "우리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줄 것을 중국에 요청했기 때문에 중국은 우리의 이 같은 노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