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여옥이 이효리를 또 다시 저격하고 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저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는 조금 더 심해보인다.
제주도에서 커피숍을 냈다는 것 때문에 그렇다는건데 그 논리가 어째 좀 궁색해보인다.
굉장히 쉽게 공격받을 논리이기 때문.
커피숍은 핑계고 뭔가 이효리에 대해 못마땅하고 불편해한다는 태도가 느껴진다.
왜 그런걸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기 앞서 잠시 손석희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단서가 있어 보인다.
1.멧 데이먼과 이효리의 차이
2017년 손석희는 이효리를 인터뷰한 바 있다.
당시 사람들은 손석희의 다소 무례한 질문에 대해서 이효리가 사이다 답변으로 눌렀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손석희 :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기는 싫다. 어떤 뜻인지는 알겠는데 이거 가능하지 않은 얘기가 아닌가요?
이효리 :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손석희 : 예. 질문한 사람을 굉장히 머쓱하게 만드는. 하하.
그러나 이날의 핵심은 이 대화가 아니라 사실은 멧 데이먼과 이효리의 비교 대목이었다.
손석희 : (전날 멧 데이먼은) 굉장히 인상깊은 답변을 남기고 갔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발언은 시민으로서) 굉장히 당연한 것이다. 나는 저급하거나 비열한 단어를 쓰지 않는다. 내가 왜 그런 발언을 할 권리가 없느냐라고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효리 : 그렇죠. 못할 말은 아니잖아요.
손석희 : 그렇죠. 그러나 보통 왜 그런 참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하실 수 있을까요?
이효리 : 참여 하고 싶으니까.
손석희 : 단순하게.
이효리 : 네.
손석희 : 사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죠.
이효리 : 그냥 마음이 가니까. 말하고 싶은 건 참는 성격이 못되거든요.
손석희 : 아 그러시죠. 참.
위 대화의 핵심은 이미 답변을 낸 이효리에게 손석희가 재차 똑같은 질문을 한 대목.
'못할 말은 아니다'라고 이미 답변한 이효리에게 그러나 왜 참여를 하느냐고 또 다시 질문을 한 이유가 뭘까.
혹시 손석희가 원했던 답변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단순하게'.
다시 말해 멧 데이먼은 자신의 사회적 발언에 대해 나름의 소신이 있지만, 이효리는 단순한 충동에 가까운 행동이라는 걸까.
참고로 멧 데이먼은 water.org라는 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제3세계의 물부족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기부와 참여활동을 하고 있고 이를 인터뷰에서도 자료화면과 함께 다뤘다.
그러나 이효리의 사회적 활동은 이날 인터뷰에서 딱히 별도의 심층 인터뷰를 하진 않았다.
이것은 과연 공정한 인터뷰였을까?
2.진보 가치의 일관성
전여옥씨의 칼럼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진보 가치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글이 재차 올라왔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이 터진 것.
전여옥씨는 결국 이효리가 단순하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효리의 진보적 발언과 행동은 진지한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즉흥적이고 단순한 충동적 행동에 불과하고 그래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느냐며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굳이 대중연예인에게 이런 일관성을 들먹이는 것 또한 이상하긴 하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응원하고 행동하는 것이 즉흥적이고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된단 말일까.
어쩌면 전여옥씨는 이효리의 이런 단순함이 사실은 사회적 이미지를 얻고자 하는 불순한 동기를 감추는 전략적 단어라고까지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일관성이 없이 그때 그때 자신에게 필요한 사회적 이미지를 악세서리처럼 착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설마.
3.난공불락의 이효리
이효리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전여옥씨 역시 팬보다는 안티가 더 많은 인물인데, 이번 칼럼에 대한 반응을 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감을 얻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사람들의 의견들을 보다가 문든 이효리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이미지와 태도가 양갈래로 나뉘어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나는 하고 싶은 것 하고 할말은 하고 사는 자신감 넘치는 멋진 언니의 이미지와 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지지.
또 하나는 재능과 성실함, 그리고 진지함이 결여된 사람치고 너무 많은 걸 누리고 있다는 이미지와 이에 대한 불편함.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재능의 결여나 성실함의 결여에 대한 것은 필자가 평가할 대목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효리처럼 오랜 시간 인기를 누리고 사는 연예인도 없고 그런 연예인 중에서 이효리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는 연예인도 없는 것 같긴 하다.
솔직히 부럽다.
이효리 같은 삶을 부럽다고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걸까. 아니면 부끄러운 걸까.
이 대목은 쉽게 정리할 문제는 아니다. 이효리 개인이 아니라 이효리 현상이라는 걸(이런게 가능하다면) 분석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좀 더 깊게 따져볼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의견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는 난공불락이다.
"왜 그러면 안되느냐"고 되묻는 이효리의 태도를 공격할 방법은 없다.
이효리의 실수나 부족함(심지어 무지함까지도) 은 이 한마디 말로 다 덮고도 남는다.
"왜 그러면 안되느냐"
이 말은 자신이 처한 환경의 제약을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원히 영감을 주는 최고의 명언이기 때문.
그녀의 단순함을 허물이 아니라 덕목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