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미 하원의장, 류더인 TSMC 회장 직접 만나 반도체 공급망 안보 논의한 것으로 전해져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 성장했지만…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는 '과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지난 2~3일 타이베이 방문으로 대만 최대 반도체 기업 TSMC의 전략적 중요성이 주목받았다고 3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가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 계기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을 직접 만나 미국내 제조공장 증설과 최근 미 상·하원을 통과한 '반도체산업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만남으로 반도체가 미국 국가안보에 지니는 중요성은 물론, 대만과 TSMC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리마 바타차리아 베리스크 메이플그로프트 아시아연구원장은 "반도체 제조업체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TSMC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안보 확립을 홀로 할 수 없고, TSMC의 협력을 필요로 할 것이며, TSMC는 최첨단 반도체를 지배하는 기업으로, 이런 점이 이번 방문으로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54% 차지…삼성전자 15%
TSMC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다. 즉, 다른 회사에서 설계한 칩을 제조한다. 대표적인 공급사로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이 있다.
TSMC가 제조한 반도체칩은 F-35 전투기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 대표적인 미 군사장비는 물론, 미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에도 두루 사용된다.
미국이 지난 15년여간 반도체칩 제조부문에서 뒤처지는 사이 한국의 삼성전자 등과 함께 첨단 기술을 앞세워 성장했다.
핵심기술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 등에 의존하고 있지만, 파운드리에서는 전 세계 시장의 54%를 차지, 세계 최고 위치가 확고하다.
TSMC와 함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하는 삼성까지 가세하면 동아시아는 사실상 반도체칩 제보 부문을 지배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펠로시 의장이 류더인 회장을 만나기로 한 이유라고 CNBC는 짚었다.
◇전운 감도는 대만해협…中 침공 우려 한계
승승장구 중인 TSMC의 앞에 드리운 거대한 먹구름은 바로 중국의 침공 우려다. 중국은 대만을 언젠가 통일할 영토로 간주하는 '하나의 정책'을 펴고, 이를 핵심이익으로 강조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다녀간 이튿날인 4일 낮 현재 중국이 예고한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실시, 현재 대만해협에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는 글로벌 반도체칩 공급망이 언제든 격하게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혁신적인미래센터 공동설립자 아비셔 프라카쉬는 "중국은 (침공 혹은 점령시) TSMC를 국유화하고 기업과 기술을 자국 반도체 산업에 통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안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TSMC가 (서구와 함께)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지정학적 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류더인 회장은 전날(2일)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시 TSMC 운영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양안 전쟁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국내 공장 유치 주력…공급망 안보 '안간힘'
미국은 현재 제조업 리쇼어링과 해외기업 제조공장 유치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TSMC와 삼성전자 등 세계 유수의 기업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미국의 공급망 안보 전략에 협조를 당부했다.
또 지난주 반도체산업지원법안이 미 의회 양원을 통과, 내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법안은 520억 달러를 투자, 반도체 및 과학 분야 경쟁력을 향상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다.
TSMC는 애리조나에 제조 공장을 건설 중이다. 5나노미터(사람 머리카락 두께 평균이 약 6만 미터) 크기 트랜지스터를 생산하는 120억 달러 규모 사업으로, 2020년 5월 합의해 내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추가 검토 중인 투자 사업으로는 애리조나 북부 피닉스에 공장 몇 곳을 신축하는 건이 있다. 반도체산업지원법에 따라 이 프로젝트를 크게 키우는 방안이 펠로시 의장과 류 회장 논의의 중심 어젠다가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앞서기 위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반도체 협력 강화도 모색하고 있다. 이른바 '칩4(Fab4, 한·미·일·대만)' 동맹은 현재 업계와 외교가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