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 가정집에 방문하게 되면 예외없이 굉장한 충격을 받는 대목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냉장고인데요.
대부분의 가정에는 대용량 냉장고가 있죠. 그리고 그 안에는 거의 예외없이 음식들로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더욱 놀라는 것은 냉동고에는 더 많은 음식들이 채워져 있다는 건데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외국인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죠.
대체 외국인들은 왜 이렇게까지 놀라는 걸까요?
이 현상에 대해 한번 분석해봤습니다.
1.한국인은 많이 먹는다
문화적 차이를 논하기 전에 일단 한국인은 많이 먹는다는 대목부터 얘기할 필요가 있죠.
정확한 통계나 조사는 없지만, 아마도 한국인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민족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1위일 지도 모릅니다.
대한제국 시기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에는 한국인의 엄청난 식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봐도 일본인의 3배, 자신들보다 2배 정도 먹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죠.
요즘도 그럴까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여전히 한국인은 많이 먹습니다. 그것도 외국인들이 보기에 깜짝 놀랄 정도로 먹죠.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경험한 문화충격 중에는 "저렇게 많이 먹는데 왜 살이 안찌냐"는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2.한국에만 있는 반찬 시스템
한식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반찬이라는 문화, 또는 시스템입니다.
이 반찬은 세계 여러 나라의 식문화와 비교해봐도 참 독특데요, 이 반찬 시스템을 외국인들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반찬은 주식인 밥을 먹기 위해 곁들이는 음식으로 보통 부식, 또는 밑반찬이라고 불리는데요, 특히 국이나 찌게와 구별하고 때때로 식탁 중심을 채우는 메인요리와 구분하기 위해서 밑반찬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이 반찬은 대부분 바로 조리해서 먹는 요리가 아닙니다. 저장음식이죠.
꼭 저장음식이 아니더라도 곧바로 반찬을 만들 수 있는 가공된 식재료도 많습니다.
이는 밥을 편하고 빨리 차려서 먹을 수 있고 그러면서도 영양과 맛을 추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찬의 종류가 몇 개냐에 따라 식단의 풍성함이 바뀌는데, 이를 보통 5찬, 7찬, 10찬 이런 식으로 부르죠.
그래서 한국인의 냉장고에는 기본적으로 이런 밑반찬이 가득하게 됩니다.
집에서 밥을 많이 먹는 4인 가족의 경우는 예외없이 냉장고가 꽉 차는 거죠.
3.김치냉장고의 위용
한국인의 소울 푸드 김치는 결국 냉장고를 나와 김치냉장고로 이사 간 지가 좀 돼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은 보통 냉장고를 2개 쓴다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죠.
김치냉장고라는게 전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가전이다보니, 외국인 누가 봐도 냉장고를 2개나 쓰는 한국인은 부자라며 오해받기도 하죠.
김치냉장고의 개념을 모르고 문을 열어본 외국인들은 정말 놀랩니다.
"냉장고 하나에는 김치가 가득차 있어!"
아닙니다. 잘 보면 김치 외에도 과일과 다른 식재료들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김치냉장고라는게 우리의 생활방식에 맞춰 정교하게 발전되다보니, 점점 김치 외에도 다른 걸 보관하기가 일반 냉장고보다 더 훌륭한 가전이 되었죠.
그래서 많은 가정의 김치냉장고는 여러 과일이나 식재료를 보관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김치냉장고도 점점 대용량화하고 이게 또 우리들의 식재료 저장 성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4.간식과 간편식
한국은 모두가 인정하는 간식 천국입니다.
간식이란 식사와 식사 사이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인데, 이 장르의 발전이 전세계 최상위급이죠.
우리나라 말고도 간식이 발달한 나라들이 좀 있습니다만, 그 나라들과 우리의 차이점은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간식들이 대부분 레토르트화되었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죠.
우리가 오랫동안 먹어 온 간식들이 이제는 길거리 상점에서 쉽게 구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니 이것이 레토르트화되어 냉동고에서 대기 중인 상황이 된 겁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냉동고쯤은 쉽게 채울 수 있죠.
그런데, 여기에 HMR이라는 간편식 시장이 커졌습니다. 죽이나 국 등의 간편한 음식 외에도 복잡한 요리 마저도 이제는 냉동고에 저장할 상황인 거죠.
이 때문에 한국의 가정은 점차 일반냉장고 1개+김치냉장고 1개를 넘어서 일반냉장고 2개+김치냉장고1개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점점 저장할 음식이 늘어나는 겁니다.
5.한국인의 '저장성향'?
어떤 외국인은 한국인의 냉장고를 들여다 보고 이런 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분단국가인 한국은 아무래도 전쟁이 날 것을 우려해 냉장고에 한 달 분의 음식을 저장하는 것 같다"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위기를 대비한 저장성향의 생활습관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훗. 그럴리가요.
만일 이런 성향이 있었다면 코로나19가 위급했던 시절 한국인들의 이 성향은 더 강해졌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죠.
한국인은 그저 많이 먹는 민족입니다. 심지어 그냥 많이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좋아하죠.
게다가 이것을 극도로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싶어합니다.
그 결과 더 많이, 다양하게, 맛있게 먹기 위해 식품산업과 저장장치를 고도화한 민족이죠.
이렇게 따지고 보니 우리의 냉장고에는 외국과는 달리, 생각보다 우리의 특별한 생활문화가 정말 많이 녹아져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