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학폭(학교폭력)에 대해 무관심한 나라라는 걸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드라마 '글로리'가 학폭에 대한 복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것이 과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데까지 갈 수 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학폭 사건의 피해자를 위해 일하던 한 변호사가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을 읽어보면 학폭의 가해자가 얼마나 기막힌 방법으로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 있는지를 절절히 깨닫게 된다.
그가 지적하는 4가지 학폭 사건의 가해자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살펴보자.
(설명을 위해 일부 글의 내용을 첨삭하였습니다)
1.형 집행정지와 시간끌기 소송
가장 대중적인 회피 방법은 학폭위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굉장히 효과적인데, 대부분 받아들여지기 때문.
"법원의 판단을 받지도 않았는데, 처분만으로 아이들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는 논리 하나로 가능하다.
집행정지가 되는 순간, 강제전학을 안해도 되고 학생부에 기재도 안된다.
그 다음은 더 환상적인데, 시간 끌기로 들어간다.
담당 변호사 변경 신청, 감정신청, 기일변경 신청, 중간에 코로나 걸렸다고 연기 등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3심을 가면 3년이 흐른다.
이렇게 되면 가해자 학생은 학폭 기록 하나 없는 상태에서 졸업을 하고 상급학교로 진학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학교로 진학하게되어 괴롭힘이 이어진다.
2.억울해서 형사소송을 하면 소년부 송치 또는 기소유예
이런 식으로 해결이 안되면 피해자 입장에선 형사소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온정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어지간하면 소년부로 송치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철저히 외면된다.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 가해자 대리인 변호사만 모인 상태에서 소년법원 결정은 대부분 가해자에게 온정적인 처분이 이뤄진다.
만약 소년부 송치를 안해도 수사기관은 미성년자인 가해자를 전과자로 만드는데 주저한다.
그래서 대부분 증거불충분 불기소나 기소유예가 내려진다.
결국 형사소송을 해봤자 맞은 피해자는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3.절망감에 피해자가 사건을 알리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요즘 학교는 학폭 처분을 제대로 게시하고 알려주지 않는다.
가해자측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선생님도 고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
이는 피해자 당사자의 입장도 동일하다.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아 억울한 마음에 피해 사실을 알리게 되면 가해자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경찰은 고소가 들어오면 피해자나 피해자 부모를 불러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받는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은 나중에 무혐의를 받더라도 심리적으로 무너진다.
가해자는 일단 고소를 하면 경찰에 불려나가 피해자들이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는 걸 노린다.
4.무고죄 고발도 사용한다
이것은 학교측을 압박하는 신종 법기술이다.
교장이 학폭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학폭위로 사건을 보냈다고 무고죄로 고발당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이 불러다가 무조건 피의자 신분 조사 및 손바닥 지분 날인까지 다 받게 된다.
무혐의를 받아도 학폭 사건을 처리하려다 경찰서를 다녀온 선생님들은 그 뒤로는 대부분 소극적으로 변한다.
역시 가해자측에서 피해자 뿐 아니라 학교를 대상으로 심리적인 타격을 입히려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피해자는 법의 정의를 믿고 이렇다하게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는 반면, 가해자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의 헛점을 노려 온갖 방법을 개발하기 때문.
폭력의 가해자 답게 상대방을 괴롭혀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하고 이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들은 새로운 방법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 개개인이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적 여론을 통해 국회를 움직여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고 법의 문제점을 바로 잡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의지를 가진 국회의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변호사는 학폭 가해자들을 위한 치유센터는 넘쳐나지만 피해자 치유센터는 단 한 개밖에 없는 현실을 한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을 위한 법 절차의 개선을 강조했다.
1.집행정지 때 피해자 심문 의무화
2.설령 집행정지를 해도 학폭 본안 소송만큼은 빠르게 진행해야
3.소년법원에 피해자 대리인 제도 완비 필요
4.피해자 지원센터 확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