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 사태의 여파가 점점 커지고 있다.
거래 계좌를 제공하는 정상적 영업을 한 SG증권에게는 미안하지만,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다.
이미 본 피해 규모만으로도 조단위 금액의 역대급 사건이지만, 이 사건의 전말이 어디까지인지 쉽게 알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구조적인 측면으로만 살펴보자.
구체적인 인명, 종목명, 시간 등은 생략한다.
1.사건의 한 줄 정리
이 사건의 핵심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이렇다.
"불법 투자자문사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주가 급락으로 큰 피해를 본 사건"
그리고 이들이 피해를 입은 과정은 이렇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1.투자한 종목의 대주주들이 갑작스러운 대규모 매도(블럭딜. 즉, 특정인에게 대량으로 팔았다는 것)
2.이로 인한 해당 주식들의 폭락
3.불법 투자자문사는 투자자들의 계좌로 CFD 투자를 했었기 때문에 피해규모는 몇 배로 확대
그리고 이 사태를 맞이한 각각의 입장은 이렇다.
(1)대규모 매도를 한 대주주들 : 이유가 있어 팔았다. 불법 투자자문사와 관련없다. 그들을 모른다.
(2)불법 투자자문사 : 투자자문사의 위법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도 피해자다. 주가를 조작한 놈들은 따로 있다.
(3)불법 투자자문사에 돈과 계좌를 위탁한 투자자들 : 우리가 진짜 피해자다. 이건 주가조작이다. 그놈들을 고발한다.
2.과연 누가 잘못했나
자, 이쯤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우선 확실하게 잘못된 것부터 짚어보자.
(1)불법 투자자문사
이것부터가 불법이다. 허가를 받고 투자자문사를 운영했다면 됐다. 투자자들을 모집해서 그냥 펀드 운영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이걸 안하고 투자자의 돈과 계좌와 공인인증서까지 받아서 운용을 했다.
이런 작업 구조 자체가 불법 운용의 정황을 의심하게 한다.
주가조작을 할 것도 아니라면 굳이 이런 구조가 필요했을까 하는 의혹이 여기서 발생한다.
그러나 진실은 알 수 없고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이들이 투자금의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CFD 투자를 투자자들의 허락없이 했다는 것.
(2)불법 투자자들
임창정씨부터 언론에 노출됐다. 의사들과 연예인들이 많이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냥 공범이다.
일반적인 펀드에는 돈만 넣으면 된다. 누가 공인인증서까지 모두 전달하고 돈을 불려달라고 요청할까.
공인인증서는 일종의 가상 인감도장같은 것이다. 불법적인 투자방식임을 모르고 이걸 다 넘겨줬다?
훗.
사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 중에는 피해자가 없다. 모두가 불법을 저질렀고 모두가 공범이다. 피해자는 이들이 아니라 이들과 상관없이 해당 종목을 투자했던 일반 투자자들이다. 착각하지 말자.
3.사태의 진실
자, 이제 남은 것은 대체 왜 이들이 투자한 종목들이 대주주들의 대규모 매도로 인해 폭락을 했냐는 점.
여기엔 2가지 가설이 언론들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1)불법 투자자문사가 투자할 기업의 대주주들과 공모를 해서 주가조작을 하다가 이들의 내분으로 인해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피해를 본 상황이라는 것.
(2)투자한 기업들의 대주주들이 공매도 세력들에게 블럭딜로 물량을 팔아 이들이 주가를 폭락시켜 돈을 번 게임이었다는 것.
시나리오가 2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가 결백한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세력이 1개인가 2개 이상인가, 그리고 이익을 본 이들의 정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여러가지 갈래로 이야기가 나뉘기 때문이다.
만약 대주주들이 결백하다면 이 사건은 그냥 작전세력들끼리 서로 이전투구하다가 함께 다 망해먹은 삼류 드라마가 된다.
반대로 만약 대주주들의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최소 2개 이상의 세력들 간의 전쟁에 대주주들이 양다리를 탄 희대의 코미디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이익을 본 이들의 실체와 배후까지 모두 조사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꽤 장대한 대하 드라마급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검찰의 조사 결과 우리는 속시원하게 진실을 알게 될까? 아니면 희대의 미스터리를 목격하게 될까?
추정하고 의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있지만 일단 검찰을 믿어보겠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