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운영 방식을 변경하면서 영화계 성평등 의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3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를 입찰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이전에 유지되던 업무협약 방식이 폐지되었고, 성평등 관련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영화계 내 성평등 의제는 매년 경쟁해야 하는 일회성 사업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예술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미투 운동의 맥락 속에서 구축된 반성폭력 활동의 연장선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계에서 성폭력 사건이 문제 제기되거나 법정에 세워지는 일이 드물었던 과거를 고려할 때, 든든의 상담 창구와 그 대응은 여성주의 운동의 신뢰 위에 쌓여왔다. 그러나 영화진흥위원회는 조달청의 입찰 방식으로 성평등센터를 운영할 업체를 선정하면서 이러한 배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폭력 예방 교육과 상담, 의료, 법률 인력이 지닌 여성주의적 관점과 전문성을 어떻게 인수인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성평등센터 용역 입찰 방식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매년 바뀌는 업체에서 상담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매년 새로운 기관에 피해자를 이전하는 체계를 제대로 마련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된다.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는 프로젝트형 고용 구조 특성상 일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한 성희롱 관련 법률에 포함되기 어렵다. 기존의 성폭력 예방 교육과는 차별화된 강의안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든든은 법령 중심의 교육을 넘어 남성중심적 네트워크를 지적하고 성평등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강의안을 제작해왔다. 든든 강사진은 여성주의적 관점과 영화계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와 인프라는 일 년짜리 단기 입찰로는 축적하기 어렵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입찰 방식 전환에 대해 관련 법령만 언급할 뿐, 성폭력 예방 교육과 피해자 지원 업무를 실질적으로 인계할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는 든든의 자료와 인프라를 2025년도 용역 업체가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는 입찰 방식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활동의 지속성을 끊고 그 결과물을 단절시키는 조치임을 인정한 것이다.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원 창구의 존재와 실질적 지원 의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 지원 기관의 안정성과 지속성은 예방 교육의 밑받침이 된다. 이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강사진은 영화진흥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 첫째,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가 단순한 위탁 사업이 아닌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영화계 성평등을 실현하는 운동 의제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둘째, 한국영화성평등센터의 운영이 매년 입찰에 좌우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제도 개선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
든든과 강사진은 지난 윤석열 정권 아래 사라진 성평등 기관들과 축소된 예산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왔다. 그들은 영화인과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허물어지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