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을 두고 ‘버블 논쟁’이 거세지만, 정작 AI 시대의 진짜 승부처는 반도체가 아닌 전력 인프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방송에서 “AI 투자는 실체가 뒷받침된 구조적 사이클에 가깝다”며 “앞으로의 AI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전기를, 더 안정적으로 공급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태원(이차전지, 태양광, 원자력)'에 주목해야 한다며 새로운 투자 키워드를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입지의 1순위 기준은 전력”
이 대표는 먼저 AI 인프라 확장의 최전선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지목했다. 과거에는 통신망, 인력, 세제 혜택 등이 입지 선정의 주요 변수였지만, 이제는 “전력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조달할 수 있는지가 1순위 조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픈AI가 텍사스를 주요 거점으로 삼은 사례를 언급하며 “텍사스는 태양광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이 풍부해 AI 데이터센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른바 ‘이태원(2차전지·태양광·원전)’ 테마는 우연한 조합이 아니라, 전력 수급이 AI 시대의 핵심 병목이 된다는 점을 압축한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2차전지, 태양광 관련 종목은 이미 두 배 이상 오른 사례가 적지 않다. 그는 “AI의 성장과 함께 피크 시간대 전력 수요와 저장 수요가 동반 확대되면서, 전력 저장과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동시에 재평가받는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총동원 체제’…SMR은 선택 아닌 필수
이 대표는 전력 수급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이미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석탄 화력 재가동, 태양광 및 2차전지 투자, 디젤 기반 보조발전기 확충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전력 공급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한 번 정전이 나면 성능과 신뢰성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무정전’이 절대 과제”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베이스 전원을 책임질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결국 할 수밖에 없는 인프라”라고 평가했다.
원전 경제성에 대해서도 그는 “원전은 일단 지어놓으면 시간이 갈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구조”라며 “장기적인 전력 단가를 고려하면, AI 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전원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원전 제때 지을 수 있는 나라, 한국뿐”…전력 인프라 강점 부각
이 대표는 한국의 원전·전력 인프라 경쟁력에도 주목했다. 그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규모의 전력을 제때 공급해 줄 수 있는 나라가 현실적으로 한국뿐이라는 데이터가 있다”며 “미국·유럽·일본은 공기가 5~10년씩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그는 “AI 시대에 전력 부족이 현실화될수록, 계획대로 원전을 짓고 시운전까지 맞춰낼 수 있는 역량은 매우 희소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원전 및 관련 기업의 위상은 반도체 못지않게 올라갈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AI는 버블이 아니라 구조적 산업 재편”
시장 일각에서는 AI 관련 종목의 급등을 두고 버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단순히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버블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버블은 실체가 없거나, 실사용·수익화가 뒤따르지 않을 때 성립한다”며 “현재 AI는 막대한 투자와 함께 실제 성능 향상, 사용량 증가, 수익 모델이 동시에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OpenAI, 앤트로픽(클로드) 등 글로벌 AI 기업들은 생성형에서 에이전틱(비서형) AI로 진화하며 세무, 법률, 사무 업무 자동화 등 기존 소프트웨어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결국 AI는 기존 소프트웨어 수요가 새로운 플레이어, 즉 AI 모델로 이동하는 구조 변화”라며 “이는 가격만 부풀려진 버블이라기보다,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본질적 변화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전력·구경제까지…“사상 최대 설비투자 사이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다. 그는 “AI 성능이 올라갈수록 디램과 낸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실제로 돌릴 전기가 병목이 되는 구조”라며 “전력과 메모리 수요가 함께 폭발하는 ‘피지컬 AI’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캐파를 늘리기보다는, 설비투자를 매출의 30% 이내로 제한하는 등 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공급 과잉 리스크를 줄이면서 가격(P)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높은 이익률을 누릴 수 있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고, 미국 빅테크를 능가하는 이익을 낼 가능성도 있다”며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물장사’에 가까운 사업 구조”라고 표현했다.
이번 AI 투자 사이클은 과거 닷컴 버블이나 중국 산업화와도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그는 “이전 사이클이 특정 섹터 중심의 성장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반도체·AI뿐 아니라 철강, 건설, 발전 등 전통 산업까지 동반 수혜가 가능한, 사상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AI를 둘러싼 논쟁의 초점을 ‘버블 논쟁’에서 ‘전력·인프라 경쟁’으로 옮겨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희 앵커의 적절한 질문들이 대담의 가치를 더 빛나게 만드는 영상의 내용 직접 확인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