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기관과 관련된 업무에 함께 했던 현지인과 가족 등에 대한 이송이 27일 모두 마무리 된다. '사상 첫 대규모 이송'을 계기로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짊어질 책임이 더욱 막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입국은 대한민국 외교사에 있어 우리가 인도적 고려에 따라 적극적으로 인력과 자산을 투입, 현지인들을 구출해 온 첫 번째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친구를 잊지 않고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도의적 책무를 이행했다"며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마땅한 책무를 완수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갖춘 나라라는 점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국내에 입국 또는 예정인 아프간 조력자와 가족은 총 391명이다. 전날 378명이 한국 땅을 밟은데 이어 26일 오후 1시20분에는 잔여인력 13명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들은 길게는 7~8년, 아프간 현지에서 우리 정부의 대(對)아프간 사업 등을 도왔다. 현지에서는 '우수인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진국'이라는 단어를 총 9번 언급하며 '품격있는 선진국'을 강조했다. 올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운크타드)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된 우리의 위상에 걸맞게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첫 실천의 대표적인 예가 이번 아프간 조력자 이송이라는 관측이다. 아프간을 장악한 무장단체 탈레반은 서방 등과의 '공조 세력'인 조력자들을 눈엣 가시로 여길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조력자들을 색출하며 보복에 나서거나 탈레반에게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가족을 살해하는 등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련의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와 아프간 현지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 그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해 이번 조력자 이송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미라클'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된 이송 작전에서 군 수송기 3대를 투입, 또한 조력자의 가족 중 5세 이하 영유아 100여명과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아도 3명 등이 있다는 점을 고려, 분유와 기저귀, 우유통도 미리 준비한 것은 세심함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탈레반 정권과의 관계, 아프간 정세에 따른 미중 간 경쟁 심화 가능성 등 복잡한 외교 환경이 마련될 수 있고, 또한 난민 문제 등을 두고 국제사회가 한국에 적극적인 요구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같이 진단하며 "(인권 선진국으로서)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제사회에 우리는 더 큰 그림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영국인 프리랜서 기자인 라파엘 라시드는 청와대가 지난 6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게시물을 최근 트위터에 공유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 중 하나인 한국이 선진국 클럽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랑하기는 좋아한다"며 "하지만 한국을 도운 난민이나 아프간 등 국제적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고 적었다.
[사진] 외교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