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들에게 국경을 열어주세요"(청원인원 1115명)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청원인원 2만7254명)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난민을 주제로 상반된 청원글이 올라왔다. 나흘이 지난 28일 기준 두 청원에는 20배 이상 차이 나는 동의가 모였는데, 어느 쪽이 우리나라에서 우세한 여론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난민 관련 단체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 선진국에 반열에 오른 만큼 난민을 비롯한 이방인을 포용해야 할 때라고 촉구한다. 이들은 난민 혐오는 오해와 가짜뉴스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해 말 전국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3%로, 찬성 응답(33%)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만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반대 56%, 찬성 24%)에 비해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완화한 모습이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 수용 찬성 이유로는 '난민 인권에 대한 존중'과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책임'이 많았으며 반대는 '난민 수용을 위한 정부와 국민의 부담'과 '범죄 등 사회문제 야기'를 꼽았다"고 설명했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에 대한 오해와 가짜뉴스의 영향이 난민수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때는 반(反)난민 단체가 조직됐고 일부 종교계 등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이들은 "우리나라 난민신청자 대부분은 브로커가 기획한 가짜 난민"이라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난민 신청을 악용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난민들은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시민단체 난민인권센터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네 목을 잘라버릴 때까지 너를 따라가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여성 난민을 상대로 물리적 폭행을 가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아프가니스탄인 수용과 관련해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별 입국한 아프간인을 수용하는 충북 진천에는 환영 현수막이 걸리고, 타지역 사람들은 진천 농산물을 구입하며 이들을 지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난민'이라는 표현 대신에 '특별공로자' '특별기여자' '현지 조력인' 등의 표현으로 명분을 만든 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러 표현을 거쳐 정부는 이번에 입국하는 아프간인들을 '특별기여자'로 부르기로 정리했는데, 이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제도다.
다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분들(특별입국한 아프간인)은 통상적인 난민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특별기여자 표현은) 이분들을 좀 더 배려하는 차원에서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가 있거나 공익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거주 비자(F-2)를 부여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F-2 비자 1회 부여 시 5년까지 체류할 수 있다. 취업 활동에도 제한이 없다.
낮은 난민 인정률과 미흡한 난민 정착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0.4%에 불과했다.
총 6684건의 난민 신청이 있었지만 52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 난민인정률(32%)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난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자기 땅을 떠나온 이들로, 정부 기관과 시민사회의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이제 선진국의 격에 맞는 난민법을 제정함으로 우리 스스로 품격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어렵게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도 제대로 된 정착금은 주어지지 않고,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인도적 체류자들의 현실은 더 열악하다"며 "사업장에서 인도적 체류자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당하고, 채용이 돼도 짧은 체류 허가 기간으로 고용불안이 크다"며 현행 제도를 지적했다.
김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우리나라의 범죄율을 살펴보면 외국인의 범죄율이 내국인의 범죄율보다 낮지만 낙인을 찍고 이방인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난민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외교부 제공,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