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전문으로 시행한 병원 경영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박재영 김상철 부장판사)는 살인·사체손괴 혐의로 기소된 44세 남성인 병원 행정원장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해당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B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던 재판부는 행정원장에게도 실형을 선고했다. 낙태 때문이었다.

A씨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산부인과였다. 하지만 A씨가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산부인과라고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곳이었다. 산부인과는 아이가 태어나고 초기 관리를 해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A씨의 산부인과에는 신생아실조차 없었다.

그나마 이곳이 산부인과라고 알 수 있는 것은 A씨가 산부인과 의사인 B씨를 고용했다는 것 뿐이었다. 이 외에는 태어난 아이에게 의학적인 처치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이들이 이렇게 열악한 시설을 갖춰놓고 산부인과를 차린 이유는 간단했다. 낙태를 전문으로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 것은 무엇보다 낙태 과정이 악질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사례로 이들은 34주가 된 태아를 낙태하는 수술을 감행했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의 태아는 제왕절개를 할 경우 숨이 붙어 살아있는 채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임신 초기의 낙태와는 전혀 다른 것.

문제는 이들이 34주의 태아를 두고도 낙태 수술을 했다는 것. 이들은 일반적인 제왕절개 수술 비용보다 훨씬 비싼 가격인 2,800만원을 받고 수술을 진행했다. 특히 수술을 집도한 의사 B씨는 뱃속에서 꺼낸 태아가 울음을 터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를 물에 넣어 숨지게 했다.

결국 재판을 받게 된 이들은 무죄를 선고 받기 위해 아이가 살아서 태어날 줄 몰랐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이들은 1심에서 살인죄가 유죄로 인정받았고 이번 2심에서도 같은 논리를 펼쳤지만 유죄를 인정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에 대해 "낙태 전문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태아가 살아있는 상태로 태어날 것이라는 사실과 B씨가 제왕절개 후 아기를 살해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제왕절개 방식의 낙태를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산모에게 낙태 수술을 적극적으로 종용하고 일반적인 제왕절개 수술 비용보다 10배 이상 비싼 금액을 현금으로 받은 뒤 수술을 지시함으로써 살인 범행에 공모·가담해 죄질이 매우 불리하다"라고 지적하면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