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기술을 적용한 검색엔진 '빙'을 선보인 이후 시장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정보분석업체 시밀러웹을 인용해 MS가 새로운 버전의 빙을 선보인 지난달 7일 이후 이달 20일까지 빙 방문자 수가 15.8% 증가한 데 비해 구글 검색 방문자 수는 1%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1천200억 달러(약 154조원) 이상인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의 93%는 구글이 차지하고 있고, 빙은 3%, 기타 업체들은 합계 4% 수준에 불과한 만큼 MS로서는 구글을 잡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었다.
과거 빌 게이츠가 "내가 큰 실수 중 하나는 인터넷 검색 시장 진출을 서둘러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지 무려 20여 년만의 일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순 새로운 빙 출시 당시 인터뷰에서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기술과 함께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마침내 (구글 이외의) 선택지를 갖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MS의 도전에 당황한 구글은 부랴부랴 지난 21일에야 챗GPT의 경쟁 제품인 AI 챗봇 '바드'를 미국·유럽에서 제한적으로 출시했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빙이 향후 몇 달간 검색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면서 "(구글이) 바드를 검색 엔진에 도입하기를 계속 미루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빙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구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만큼, 검색 이용자의 1∼2%만 끌어와도 빙과 MS에는 상당한 이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은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서비스의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 '제한적'인 혁신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것이 검색과 결합될 경우 갖는 파괴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도 검색 시장의 지배사업자였던 다음이 2002년을 기해 네이버에 1위를 넘겨준 사건도 '지식인'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원인이었던 만큼, 구글이 인공지능 서비스의 출시를 늦출 경우 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편, 애플리케이션 시장 분석 사이트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빙 신규 버전 출시 후 빙 앱 다운로드 건수가 세계적으로 8배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