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뇌신호를 분석해서 사람이 무엇을 들었는지와 말하려는지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샌프란시스코)의 에드워드 창 교수 연구진은 7월 30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뇌에 이식한 전극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 생각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진은 페이스북의 리얼리티 연구소(FRL)와의 합동연구로 이러한 성과를 냈다.
FRL은 비삽입형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뇌 · 컴퓨터 인터페이스(BCI)기술을 개발해왔다. BCI는 뇌파를 이용해 언어나 신체동작 없이도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 수술 없이 웨어러블 장치만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비삽입형 웨어러블 장치를 사용해 연구성과를 낸 건 페이스북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에는 뇌에 우표크기의 전극 2개를 이식한 간질 환자 3명의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먼저 참가자가 질문을 듣고 대답할 때 일어나는 뇌의 전기신호를 인공지능에 입력했다.
이후에는 인공지능이 비삽입형 웨어러블 기기로 참가자의 뇌 활동만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참가자가 받은 질문과 대답이 인공지능의 예측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비교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참가자가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답을 했는지를 각각 76%와 61% 맞췄다고 밝혔다. 이는 우연히 맞힐 확률인 7%와 20%보다 높은 수치이다.
다만 이번 실험은 제한된 환경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악기가 무엇인지, 실내 온도가 괜찮은지 등 9가지 질문을 듣고 이에 대한 답 24가지를 크게 말했다.
인공지능이 참가자를 분석하는데 이용한 비삽입형 웨어러블 장치는 MRI와 비슷한 원리로 뇌 활동을 측정한다. 웨어러블 장치는 적외선을 사용해 신체 바깥에서 뇌 안의 산소변화를 감지해낸다. 뇌의 뉴런이 활동하면서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산소변화는 뇌 활동을 분석하는 단서다.
에드워드 창 교수는 이번 연구를 “생각(개념)의 증거(proof of concept)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언어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과”라고 밝혔다.
FRL의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그룹 연구책임자인 마크 셰빌은 “이 프로젝트는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그램이다. 기대했던 수준의 진전이 나타난 중요한 성과다.”면서 “아직은 관련 의료기기 개발보다는 말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신경망 시그널을 이해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선 심각한 뇌 손상 후 말을 할 수 없게 된 환자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페이스북은 “이 기기는 현재 너무 크고 느리고 믿을 만하지 않다.”면서 이 기술이 소비자들에게 조만간 제공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는 페이스북만이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이 연구에 도전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머스크는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개발에 진척을 이뤘다면서 내년 중 사람을 상대로 한 실험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뉴럴링크의 방식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할 얇은 칩을 뇌에 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