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만다 넬 유 감독의 데뷔작 <호랑이 소녀>가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정체성과 사회적 억압, 해방의 주제를 다룬 오컬트 바디 호러로, 2025년 5월 7일 개봉 예정이다. 최근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정성일 평론가와의 라이브러리톡이 성료되었다.
정성일 평론가는 라이브러리톡에서 “<호랑이 소녀>는 생물학적 경험과 사회적 통과 의례를 거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으며, 아만다 넬 유 감독의 성장 배경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이 영화는 감독이 오랜 해외 생활 후 고향에 대한 낯섦과 익숙함 사이의 간극을 기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자판’은 12세 소녀로, 신체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갈등을 겪으며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정 평론가는 ‘자판’의 여정이 사회적 모순으로부터의 탈출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현실의 모습 그대로는 그 세계에 진입할 수 없다”며, ‘변태(變態)’의 과정을 통해 ‘자판’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이 도약하는 순간을 설명했다.
또한, 영화 속 캐릭터 ‘파라’가 ‘자판’을 따돌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정 평론가는 “‘파라’의 적대감은 자판 개인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두 인물이 억압의 피해자로서 서로를 비추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관객은 ‘자판’과 ‘파라’를 단순히 분리된 인물로 보기보다, 서로 보완하는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영화 속 ‘화장실’과 ‘정글’이라는 상징적 공간에도 주목했다. 그는 “화장실은 사회적으로 불결한 공간으로 인식되며, 이는 ‘파라’가 ‘자판’의 2차 성징을 불결하게 여기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판’은 이 공간에서 히잡을 벗고 춤을 추며 사회 규범으로부터 해방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위는 억압의 단계에서 도약하기 위한 투쟁의 시작으로 해석된다.
영화 속 ‘정글’은 말레이시아 사회의 제도적 틀을 벗어난 공간으로, 소녀들이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 상징적 장소로 기능한다. 정 평론가는 “정글은 구역도, 경계도, 한계도 없는 공간으로, ‘자판’이 정글로 향하는 것은 제도적 경계와 한계를 무효화시키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태국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작품들과의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하며, 정글을 소녀들이 자유를 찾는 공간으로 정립했다고 말했다.
정성일 평론가는 라이브러리톡을 마무리하며 “아만다 넬 유 감독의 다음 영화가 진심으로 보고 싶다”고 전했다. <호랑이 소녀>는 현재 절찬 상영 중이며,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자프린 자이리잘, 디나 에즈랄, 피카 등이 출연하며, 오드(AUD)에서 수입 및 배급을 맡고 있다.
[출처= 오드 제공]